왓챠에 영화 '스왈로우'가 처음 떴을 때 주인공이 제가 어제 포스팅했던 영화 '돈 룩 업'의 여자 주인공 제니퍼 로렌스인 줄 알았습니다. 이목구비가 비슷해서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관심 영화에 등록해놨는데 영화를 시청하고서 주인공이 제니퍼 로렌스가 아닌 걸 알아차렸습니다.
하지만 영화 보는 걸 멈출 수 없었습니다. 왜 멈출 수 없었는지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스왈로우'는 영단어 'Swallow'를 그대로 한글로 풀어 쓴 제목으로 사전적 의미로는 '(음식 등을) 삼키다, 목구멍으로 넘기다'입니다. 왜 영화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는 하단 줄거리를 통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제목을 그저 한글로 바꾸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요새 이런 영화 제목들이 많이 보이는 게 안타깝습니다.
영화 스왈로우는 수입사, 배급사 모두 왓챠이기 때문에 현재 왓챠에서만 감상이 가능합니다. 현재 왓챠를 구독 중인 분이 계시다면 이 영화를 추천 드립니다.
△ 헌터의 삶의 양면성
호수가 보이는 멋진 풍경 가운데 세워진 멋진 집, 그 집에는 젊고 아름다운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잘생기고 능력있는 남편을 옆에서 완벽하게 내조하는 걸로 하루를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 아내 '헌터'는 누가 봐도 부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까지 생깁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헌터는 마치 TV 속 완벽한 상류층을 흉내내듯 깨끗한 집, 완벽한 디자인으로 갖춰진 요리들, 그리고 몸매를 부각시키는 붉은 드레스를 갖춰 입으며 남편을 맞이하는 일 외에는 그저 휴대폰 게임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본인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닌 완벽한 가정, 부부를 보이기에만 충실했던 헌터는 자신에게 아이까지 생겼을 때 기뻐하는 가족들 곁에서 함께 기쁜 척을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막막한 표정을 짓습니다.
△ 헌터가 자꾸 '삼키는' 이유
누구보다도 행복해야하는 헌터는 어느 날 작은 유리구슬 하나를 삼키게 됩니다. 그리고 유리구슬을 시작으로 점점 날카롭고 위험한 물건까지 삼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초음파 검사를 하던 중 그의 뱃속에 위험한 물건이 있다는 걸 가족에게 들키게 된 헌터는 가족들의 걱정 속에 정신과 상담도 받고 자신을 감시하는 가정부도 곁에 두게 됩니다.
왓챠에서 이 영화를 '페미니즘' 장르로 규정한 건 이 영화가 여성에 대한, 아내에 대한, 엄마에 대한 무언의 압박에 대해 잘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통할 사람이 없었던 주인공 헌터는 식사 자리에서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소통을 안 하는 남편과 헌터에게 자신의 아들은 긴 머리가 예쁜 여자를 좋아하니 머리를 기르라는 시어머니의 존재는 자꾸 무언가를 삼키게 하는 압박 그 자체였습니다.
왜 위험한 물건까지도 삼키냐고 묻는 상담의의 질문에 헌터는 삼키면 자신감이 찬 기분이 든다고 이야기합니다. 영어 대사는 자막이 없어 확인이 어렵지만 'control'이라는 단어를 쓴 것 같았습니다. 즉, 헌터는 자신이 무언가를 삼킬 때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날카로운 물건이라도 삼키며 압박에 대해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 너는 그저 삼킬 뿐이야, 아무 잘못도 없어 (스포 포함)
헌터는 마음을 연 상담의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강간 당해서 자신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어렵게 이야기한 이야기를 상담의가 남편에게 전할 걸 엿들은 헌터는 슬픔과 절망 속에서 충동적으로 날카로운 물건을 삼키고 결국 대수술을 하게 됩니다. 가족들은 겨우 살아난 헌터에게 정신병원 입원을 강요하고 헌터는 수긍하는 척 하다가 탈출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억압 가운데서 벗어났다고 확신했을 때 자유롭고 편안하게 호텔 밖에서 주워온 흙을 먹습니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는 남편에게 전화를 겁니다.
남편이 헌터에 대해 이야기하는 말이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가스라이팅과 비슷합니다. 남편이 헌터의 삶을 통제하려는 부분이 드러나는 대목이고 헌터가 그에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사입니다. 이에 헌터는 남편에게 완전한 이별을 선언하고 엄마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자 더는 통제 받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여기던 자신의 친부이자 강간범을 충동적으로 찾아갑니다. 마침 어린 딸 생일파티를 하고 있던 남자의 집에 찾아간 헌터는 그의 앞에서 자신이 그가 강간한 여자의 딸이라는 사실을 밝힙니다. 남자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까봐 헌터를 경계하며 제지하려고 하자 헌터는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크게 소리칩니다.
엄마에게 원치 않았던 존재로서 태어나 지금까지 억압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헌터가 드디어 자신의 통제권을 가져온 겁니다. 통쾌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헌터는 그동안 묻고 싶었던 질문을 그에게 하고 그는 그녀가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대답을 해줍니다.
그 대답을 들은 헌터는 겨우 홀가분한 미소를 짓고 그를 떠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은 뒤 의사로부터 받은 낙태약을 삼키고 그동안 그녀를 억압했던 모든 것을 다 화장실에서 쏟아낸 뒤 떠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결국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을 완전히 자신이 원하는 대로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고 통쾌함, 시원함까지 느껴졌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잘 만들어진 영화인데 아는 사람이 적어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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