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썼던 영화 리뷰 <무스탕: 랄리의 여름>에서 다섯 자매들이 축구 대회에 놀러가는 장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축구에 열광하는 다섯 자매들을 보며 여자들도 스포츠를 좋아한다, 무엇을 좋아하든 성별로 따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제가 리뷰할 영화는 1992년 개봉한 영화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영화 <그들만의 리그>는 여자 프로야구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이야기입니다.
* 여자스포츠는 단순한 눈요깃거리인가
영화 <그들만의 리그>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남자들이 징집되어 여자 프로야구팀을 기획하게 되며 모집된 여자선수들이 겪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기 전 프로야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짧은 치마유니폼, 화장한 얼굴, 경기 전 선수의 외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아나운서의 소개까지 등장합니다. '선수'가 아닌 '여자'에 초점을 맞춘 여자프로야구단이 창설되었습니다.
선수로서 훈련을 하지만 또 여자선수들은 특별히 예쁜 몸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차밍스쿨'에 다녀야 합니다. 거부하고 싶어도 여자프로야구단을 후원하는 기업주들의 압박으로 인해 결국 선수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짧은 치마유니폼을 입고, 모델처럼 웃고 예쁜 포즈를 취합니다.
하지만 경기만 시작하면 몸을 날려 공을 잡고 던지고 날립니다. 말 그대로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꼭 이겨야하는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사람들은 처음에 여자가 야구를 하는 모습을 동물원의 동물 구경하듯 찾아와서 구경하지만 점점 여성스포츠 자체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실제 전미 여자 프로야구연맹은 1943년 창설되어 12년이 지난 1954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지만 여자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됩니다.
* 재능과 노력, 모든 걸 뛰어넘는 스포츠 정신
시골에 사는 주인공 도티와 킷은 야구를 좋아하는 자매입니다. 하지만 야구에 재능을 보이는 도티와 달리 킷은 야구를 좋아해도 그 실력이 따라오지 못합니다. 야구를 잘하는 언니 도티가 부러운 킷은 언니가 이번에 새로 창설되는 여성 프로야구팀 스카우트를 받자 언니를 설득해서 같이 입단하기 위해 시카고로 향합니다.
'락포드 피치스' 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된 도티와 킷은 여성으로서 받는 차별과 고된 훈련을 견디며 점점 야구선수로서 자리를 잡아갑니다. 야구에 대한 재능도 뛰어나지만 얼굴 또한 아름다운 도티에 대한 질투와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를 느낀 킷은 도티와 싸운 뒤 다른 팀으로 이적하게 됩니다.
도티는 야구에 대한 재능이 있지만 입대한 남편이 돌아오자 야구를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떠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도티의 속에 있는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팀으로 돌아오게 되고 곧 월드시리즈 결승전에서 동생이 있는 팀과 맞붙게 됩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야구를 누구보다도 좋아했던 도티는 자신의 약점을 이기며 이기게 되고 경기 후 언니와 화해하며 둘은 서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됩니다.
영화 <그들만의 리그>는 여자스포츠에 대해 다루며 여자들의 우정과 질투, 그럼에도 스포츠에 대한 사랑을 보여줘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멋진 영화, 더 멋진 실화
2020년 5월 햇빛이 좋은 날, 103세의 노인이 사망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매리 플랫', 매리 플랫은 영화 <그들만의 리그>의 실제 주인공이며 1943년 세계 최초 여자 프로야구 리그 팀 중 '록퍼드 피치스'에서 활약한 선수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록퍼드 피치스의 마지막 생존자이기도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징집되어 야구장에서 뛸 선수가 사라졌을 때 전미여자프로야구리그(AAGPBL)는 당시 4개 구단, 60여 명의 여자프로야구선수를 모집했습니다. 이 리그 출범 과정을 그린 영화가 영화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매리 플랫은 교사를 직업으로 삼고 생활했지만 여자 프로야구 리그 팀 '록퍼드 피치스'에서 야구선수 생활도 병행하며 '전업 야구인'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시즌 첫해 21승을 거두는 등 눈부신 선수생활을 하다가 5년 만에 은퇴해서도 AAGPBL 이사직을 맡으며 여자야구 스포츠의 전설로 남았습니다.
남자들만의 스포츠 정신, 우정, 땀, 열정에 질린 분들은 이에 못지 않은 여성들의 스포츠 정신이 담긴 영화 <그들만의 리그>를 감상하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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