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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큐] 밈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2020) : 페페는 누구 것인가

by level 올리기록 2022.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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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전쟁개구리페페구하기
다큐멘터리 <밈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 포스터

 

 다큐멘터리 <밈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는 평범한 만화 캐릭터 개구리 페페가 커뮤니티 유저를 통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그리고 그 변질된 캐릭터를 다시 되찾기 위해 원작자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이야기는 원작자와 그 주변 지인들, 그리고 이 사회현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인터뷰, 시간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캐릭터 페페의 모습이 주를 이루는데 그 구성이 흥미롭습니다. 

 

▥ 우리가 알고 있던 '페페'는 어디에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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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맷 퓨리'와 만화 <더 보이즈 클럽> 속 페페

 

 어릴 때부터 개구리를 좋아했던 만화가 맷 퓨리는 2005년 대학 생활을 하는 4인방 이야기 <보이즈 클럽>을 통해 페페를 선보였습니다. 4인방 중 쾌활하고 장난기가 가득한 막내 페페는 가끔 엉뚱한 모습도 보이는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입니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다룬 만화 중 한 장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재미를 가져다주기 전까지 페페는 평범한 캐릭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feelsgoodman페페
유행어 <feels good man>의 유래

 

 만화가의 경험담을 통해 만들어진 만화에서 페페가 바지를 다 벗고 볼일을 보는 일이 'feels good man(느낌이 좋다고)'라고 친구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페페의 대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패러디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누군가에게는 찌질해보이는 일처럼 보이지만 본인에게는 기분이 좋았던 일이라는 걸 고백하는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된 겁니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영향력 큰 커뮤니티 중 하나인 '4chan'의 유저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개구리 페페 특유의 오묘한 생김새에 찌질한 짓을 자주 하는 부분이 마치 찌질이, 오타쿠들을 상징하는 캐릭터처럼 보여져서 그런지 4chan에서 'feels good man'이라는 원래 유행어를 'feels bad man'으로 고쳐서 사용하고 웃는 페페 표정을 슬픈 표정으로 바꿔서 사용하는 등 더 많은 밈이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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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페페 파생짤

 

 저는 개구리 페페 얼굴은 위와 같은 사진이 더 친숙합니다. 개구리 페페를 만든 원작자 맷 퓨리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캐릭터가 다른 이미지로 파생되는 일을 알고 있었고 재미있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슬픈 캐릭터 페페가 그리고 개구리 페페의 파생짤들을 모아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을 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구리 페페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걷잡을 수 없는 '밈'이 탄생했습니다. 여기에서 '밈'은 리처드 도킨슨이 1976년 쓴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소개된 단어입니다. 사람들의 문화현상 역시 유전자처럼 전달될 수 있는데 그 전달하는 중간 매개물이 '밈'이라는 겁니다. 문화는 '밈'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 말은 다큐멘터리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를 통해 잘 알 수 있습니다.

 

 개구리 페페의 밈을 많이 생성했던 4chan의 유저가 아니지만 '슬픈 페페 얼굴'에 열광한 사람들은 개구리 페페 얼굴을 사용하거나 따라하는 유행에 기꺼이 동참했고 '자신만의 페페'를 빼앗기는 느낌이 들었던 4chan 유저들은 '페페 방어전'을 펼쳤습니다. 바로 페페 얼굴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수위를 높이는 밈을 많이 만든 겁니다. 개구리 페페가 유행한다는 이유로 사용하는 '유행추종자(주로 SNS를 사용하는 여자들)'들을 쫓아내기 위한 '4chan유저(무능하고 패배심 짙은 남성)'들의 싸움이 시작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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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

 

 개구리 페페에게 나치 문양을 새기고 KKK 상징하는 옷을 입히고 총을 들게 하고 칼을 들게 한 겁니다. 심지어 총격전을 벌인 '엘리엇 로저'라는 실존인물 옆에 같이 총을 든 페페를 그려넣기도 했습니다. '베타수컷의 난(베타의 반란)'이 일어나자 유행추종자들은 개구리 페페 사용을 기피했고 여기에 4chan 유저들은 억압자(유행추종자)들을 몰아냈다며 우쭐한 표정의 페페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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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된 개구리 페페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트럼프의 슬로건(백인 우월주의, 백인 민족주의)이 본인들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 4chan 유저들은 개구리 페페의 이미지를 도널드 트럼프에게 입히고 퍼트리기 시작합니다. 페페 밈이 스크린을 관통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를 빗댄 개구리 페페 이미지에 반유대주의, 네오나치를 덧씌워졌고 평범했던 만화 캐릭터 개구리 페페는 밈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그렇게 소셜미디어 속 혐오주의자들에 의해 혐오의 상징이 된 페페는 '인종차별적, 반유대적, 편견에 찬' 혐오상징물로서 반명예훼손연맹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됩니다. 여기에 원작자 '맷 퓨리'의 이름도 언급됩니다. 맷 퓨리는 이제 걷잡을 수 없이 문제가 커진 자신의 캐릭터 '페페'를 구하기 위해 페페 구명 캠페인을 펼칩니다. 사랑의 상징물로 탈바꿈하자는 구명 캠페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참하지만 도저히 이미지를 바꿀 수 없었던 페페를 두고 맷 퓨리는 결국 결심을 하게 됩니다.

 

▥ 과연 개구리 페페를 구할 수 있을까?

 원작자 맷 퓨리는 자신의 캐릭터가 혐오상징물로서 남느니 차라리 자신이 사랑으로 만들었던 개구리 페페의 장례식을 치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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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페페의 장례식

 

 물론 개구리 페페의 장례식을 치뤘어도 몇몇 사람들은 인정할 수 없다며 새로운 밈들을 많이 탄생시켰고 대안 우파의 상징으로 페페와 비슷한 캐릭터를 만들어 맷 퓨리는 소송을 걸기도 하면서 자신의 캐릭터 개구리 페페를 구하기 위해 계속 싸워야했습니다. 그리고 혐오상징물 목록에서도 개구리 페페의 이름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8월 홍콩의 민주주의 혁명에 '개구리 페페'가 다시 등장합니다. 자유와 청년운동의 상징으로서 개구리 페페가 다시 '밈'이 된 겁니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대안 우파의 상징으로 페페를 사용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원하는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페페. 과연 이 밈 전쟁의 끝은 어떻게 될지 생각이 많아지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

 

 현재(2022.07.03), 다큐멘터리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는 왓챠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본 다큐멘터리 제목은 'Feels Good Man'인데 한국에서의 제목은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한국판 제목이 더 마음에 듭니다. 페페는 누구의 것인가, 제목으로 질문을 던졌지만 답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소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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