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프터 양(2022) : 양이 남기고 간 것에 대해

 

 영화 '애프터 양'은 알렉산더 와인스타인의 단편집 '신세계의 아이들' 속 '양과의 작별'을 원작으로 만든 SF영화입니다. 애플TV의 '파친코' 시즌1의 공동감독이었던 한국인 미국계 코고나다 감독의 영화입니다. 영화 '애프터 양'은 안드로이드가 보편화된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가족처럼 지내던 안드로이드 '양'이 갑자기 작동을 멈추며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이크 가족에게 '양'은

 제이크-키라 가족은 중국인 아이 미카를 입양하게 되는데 미카의 정체성과 가족으로서의 연결점을 보호하기 위해 제이크-키라는 안드로이드 '양'을 구매해서 미카의 오빠로 삼게 됩니다. 그리고 '양'은 미카가 궁금할 때마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는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밤 늦게 물을 마시러 가는 미카의 옆을 지켜주는 든든한 오빠가 되기도 합니다.

 백인인 제이크, 흑인인 키라, 중국인 미카 가족은 포스터에서도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것처럼 서로 가족으로서 약간 부족해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이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라고 할지라도 가족으로서 묶였을 때 크게 이상해보이지 않습니다.

 

 

 영화 오프닝의 댄스 시퀀스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하는데 제이크-키라-미카-양이 가족으로서 묶여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 보자마자 한 눈에 반해버렸습니다. 제이크 가족은 4인 가족 월례 댄스 대회를 꾸준히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댄스를 시작하기 전 아내 키라는 제이크에게 우리가 한 팀이었으면, 한 가족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가족으로서 서로 율동을 맞춰야하는 댄스 대회에 참여하지만 사실상 서로 가족으로서의 끈이 부족하다는 걸 보여주는 기묘한 장면입니다.

 

 영화 초중반에 미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에게 '진짜 부모님'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고 우울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백인 아빠, 흑인 엄마를 부모님이라고 말했지만 미카 본인도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부모님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양은 우울해하는 미카를 데리고 나무를 보러 가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양'이 남기고 간 것

 안드로이드 양이 작동을 멈추게 되자 제이크는 양을 고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닙니다. 그러던 중 양의 중심장치에서 '기억장치'를 발견하게 되고 양의 기억들을 살피게 됩니다. 그리고 양이 누구를 만나고 다녔는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무엇을 기억하고자 했는지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게 됩니다.

 

 영화 연출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제이크와 키라가 양의 기억장치 속 기억을 살피면서 서로의 말, 시선, 장면이 중첩되고 반복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기억장치가 존재한다면 효율성을 따져서 중요한 기억을 담을 것 같지만 양은 일상적이지만 소중한 장면들만 기억에 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이크와 키라는 그 기억들을 되돌아보면서 가족의 소중함,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 중반부에 '릴리 슈슈'가 쓰여진 옷을 입은 양이 거울을 응시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노래 'Glide'도 자주 등장합니다. 영화 '애프터 양'의 감독 코고나다 감독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좋아했고 영화를 만드는 내내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ost 'Glide'가 맴돌았다고 합니다.

 

 

 안드로이드 '양' 역을 맡았던 저스틴 H.민 배우는 키라와 나비에 대해 나눈 대화를 가장 좋아한다고 합니다. 저도 이 대화를 좋아하는데 영화를 다 보고 이 대화를 되돌아보니 양은 작동을 멈췄지만 양 덕분에 제이크-키라-미카 가족은 진정한 가족으로서 삶을 제대로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자체가 정말 아름다워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나고 나서도 먹먹해서 ost 'Glide'를 듣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듣는 중입니다. 왓챠 구독 중인 분이라면 영화 '애프터 영'을 감상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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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2022.08.15), 영화 '애프터 양'은 왓챠에서 단독 공개 중입니다.